(고은에게.)
(To Goeun.)
Photography Series, 2025
(고은에게.) 나는 너무도 잘 지내고 있고, 그것이 언젠가 빌었던 꿈 같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떤 걸 할래? 너에게는 과거라는 것이 없겠지. 나는 그 때의 나에게 이 문장을 들려 주겠어. 네가 비는 그 꿈은 망상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그렇다고 내가 영 슬펐던 것만은 아니지. 나는 복이 타고난, 귀하게 자란 늦둥이 외동딸 아이야.
언어, 언어, 언어.
나는 늘 언어에 걸려 넘어지는 것 같아. 아마 초등학생 때 논술 과외를 받았을 때 부터? 일기를 자발적으로 쓰기 시작했을 때 부터? 챗 지피티가 봐 준 사주에 나는 글로 하는 창작이 적성이라던데. 그럼 아마 태어났을 때부터 였는지도 모르지.
근데 그 언어를 나는 계속 찾고 있다. 모국어로만 살아가라는 법은 없기 때문에. 나의 언어는 한국어와 영어와 중국어와 프랑스어. 셔터를 누르는 것과 신체를 움직이는 일. 그럼 이미 나는 다국어 구사자. 근데도 계속 말을 찾고 있어. 존재하지 않아서 발명해야 할 지도 몰라. 그렇게 말을 찾게, 혹은 만들게 된다면 나는 그때 비로소 자유로울 거야. 잘 지냄의 상태와 자유로움의 상태에 두 가지 차이가 있다면 내 언어와 공간 소유의 여부일 테니까.
내가 그렇게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 전혀 나를 불행하거나 슬프게 만들지는 않아. 다만 계속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모험가 같다는 감각만 줄 뿐이야. 어쩌면 그래서 내가 특별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 그러면 내 안의 내가 대꾸하지. 모든 사람은 달라서 원래 모두가 특별해! 맞는 말이야. 그리고 그런 생각을 가지고 기꺼이 반박해 주는 내가 있어서 그것도 참 잘 된 일이야.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언어의 발명에 관심이 있다면 답장 줘. 회신 기다릴게. 할 것이라는 걸 알아. 나는 이미 몇 번이나 너로 살았던 전적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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