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라는 단어가 입에 배인 습관이던 미래는 죽고 싶은 밤마다 노래를 곧장 지어 불렀다. 적갈색 벽돌 빌라 1층 살던 미래는 또 금방 창문으로 뛰어나가 가사를 부르며 골목과 골목 사이를 쏘다니고는 지칠 때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함께 노래 부를 사람을 찾아요! 동네 이곳저곳 큰 전단이 나뒹굴었다. 시간은 밤 열두 시, 장소는 그 편의점과 이 슈퍼마켓 사이 공영 주차장. 수상한 종이는 이웃의 눈초리를 몇 번 받고는 쓰레기통에 쌓였다.
미래는 단어와 단어 사이, 문장과 문장 사이, 문단과 문단 사이를 이을 줄 알았다. 음과 음 사이를 제것처럼 쌓을 줄 알았다. 죽음을 열망해 죽음을 언어와 음계로 지어 불렀다. 죽음을 궁금해하고, 열망하고, 사랑하고… 먼저 떠난 얼굴들이 떠오른다. 죽지 말았어야지, 살면 살아질텐데. 자기 나이보다 두 배는 많은 듯한 사람의 표정 만들어 얼굴을 구긴다. 눈물이 뚝,
뚝. 이것도 음악같이 들리네, 웃기는 세상이다. 와하하 한바탕 웃어 제끼고, 눈 끝에 달린 눈물 방울 슬쩍 훔치고, 잠에 들 채비를 한다. 오늘 아주 좋은 꿈 꿀 거야. 몸을 기일게 늘여 스트레칭하며 흡족한 표정의 미래는 굳은 다짐한다. 다음 날 아침, 반투명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날카롭다. 배고파, 배가 고프잖아! 냉장고를 열고, 멍하니 쳐다본다. 암담하네, 개 같은 거. 방향 없는 비난 중얼거리며 집 밖으로 나선다.
나는 적어도 마흔 번은 내 몸뚱아리를 창문 밖으로 내던진 적 있는 것 같습니다. 이것도 살인이라면 살인입니까? 나는 힘에 부쳐 죽어가는 사람을 여든 번은 넘게 본 것 같습니다. 이것도 방관이라면 방관입니까? 에어팟에서는 팟캐스트 음성이 새어나오고, 집단 납치 사건에 대해 말하는 이방인이 있다. 피해자 아동의 이름은 지구를 진즉에 몇 바퀴 돌고 먼 나라 한국에 닿아 목소리에서 목소리로 전달되며 닳는다. 이렇게 많은 죽음의 이야기가 도시 곳곳에 도사려도 되나요? 죽음의 이름이, 도구가, 현장이 마구 나뒹굴어도 괜찮다는 말입니까? 행정구역선을 넘을 때마다 폴리스 라인을 둘러야 합니다. 필요시 그것을 방호복 삼아 사건 발생 찰나를 두고 수그려야 합니다. 호흡하시오. 숨을 쉬시오. 안정을 취하시고, 자신의 존재를 감각하시오.
숨을 쉬시오. 숨을 쉬시오. 안정을 취하고, 입술을 뜯는다.
왜 그랬대? 숨을 쉬시오. 왜 그랬대? 안정을 취하고. 왜 그랬대? 걔네가 있었다면 이런 문제도 없었을 텐데. 다 거짓말이었던거지. 새빨간 거짓말. 입술 주름 사이 미세한 각질까지 전부 발굴한다. 더이상 뜯을 것이 없다. 살점을 뜯는다. 피가 뚝 뚝 뚝 떨어진다. 다음 후두둑 후두둑 후두둑 떨어진다. 후두둑 떨어지는 피가 콸콸콸 쏟아져 나오면서. 아스팔트를 적시면서, 신발 밑창을 적시면서, 양말을 적시고, 발등을, 발목을, 종아리를, 무릎을… 그렇게 미래는 본인 피에 질식해 죽었다고 한다, 는 것이 이번 시사 방송 회차의 내용이다. 한동안 대한민국은 미래 이야기로 시끄러웠다.
네가 죽였어! 네가 우리 미래를 죽였어! 우리 미래, 우리 가여운 미래. 이 무서운 도시에 살면서 혼자 얼마나 외롭고 고달팠을까. 소리 지르는 아이 몸에서 우당탕 거리는 큰 소리가 나는데, 삿대질 끝은 고요하다. 왜 아무도 미래와 노래 불러주지 않았어? 미래가 떠나고 몇 주 뒤, 질문인 냥 원망이 적힌 조악한 디자인의 전단이 동네를 돌아다녔다. 전단지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폭우가 내리고 하루 지나자 알아서 바닥에 떨어졌고, 계절의 변화를 한 번 겪자 흔적 없이 사라졌을 뿐이다. 창문의 불빛은 계속 켜졌다 꺼지기를 반복하는데, 이곳에 숨 쉬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명백한 사실인데, 지역은 오래도록 응답 없이 고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