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희망을 팔아 돈을 벌었다.

He Made Money by Selling Hope.

Photography Series, 2025


그는 희망을 팔아 돈을 벌었다. 그가 운영하는 온라인 상점 이름은 만사형통 부적. 싼 값에 질 낮은 물건을 판매하는 덕에 구매자와 리뷰는 늘 넘쳤다. 판매 품목은 (가짜) 부적, (가짜) 소원 팔찌, (가짜) 염주, (가짜) 행운의 키링. 당연히 상품 페이지에 가짜라는 단어는 올라갈 수 없었고, 간간히 진짜 효과를 봤다는 사람의 후기가 올라오는 건 우스운 일이었다. 사실 그들이 원했던 것은 진짜의 무언가 보다는 값싼 희망, 구원, 그런 것들이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가짜라고 떡하니 걸어 놓아도 어쩌면 물건들은 줄줄이 나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는 1.5층 원룸에 살았다. 노란 장판이 축축하게 깔려있는, 어두운 갈색의 창틀이 챙그랑 소리를 내는 집. 
돈을 아주 많이 벌어보겠다고 지방에서 상경한 그는 역시 방법은 사업 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금은 없었다. 길에서 네잎클로버를 파는 상인을 보고 저것이 소자금으로 시작할 수 있는 최고의 사업 품목이라 생각했다. 아주 값싼 비용으로 상품을 만들고, 희망에 값을 매기는 일. 그 희망이 거짓일지 진실일지, 소비자는 결코 알 방도가 없으니까.

집 안에서 그는 부적을 그렸다. 대충 노란 종이와 빨간색 잉크를 근처 화방에서 샀다. 전부 다 해서 고작 7,250원이었다. 네이버 검색창에
           [부적] [소원성취 부적] [건강 부적] [합격 부적]
등등을 검색하고, 나오는 그림을 똑같이 따라 그렸다. 몇 번 하다보니 대충 그럴싸해 보였다. 그는 실도 묶었다. 화의 기운을 보충해준다는 붉은 실과 물의 기운을 보충해준다는 푸른 실을 엮기도 했고, 알리 익스프레스에서 대량 구매한 함사 펜던트를 들여와 검은 실과도 엮었다. 가짜 나무 비즈도, 가짜 옥 구슬도 실에 계속 엮었다. 진짜 경면주사와 진짜 나무 비즈, 진짜 옥 구슬, 그런 진짜 진짜 진짜들을 취급하기에 그는 넉넉치 못했다. 아무튼 그는 매일 그림을 그리고 실을 엮었다. 

판매량이 증가하며 그의 경제 상황은 안정 궤도에 올라섰다. 동시에 그의 벽에는 직접 그린 부적이 점점 늘어났는데, 얼마나 늘어냤냐 하면은 기존 벽지의 면적 보다 부적의 면적이 더 넓었다. 창문으로 통해 보이는 그의 방을 보고 무당집으로 오해하는 이웃들도 있었다. 한 번은 디씨인사이드에 ‘내 방 어떰?’ 하고 글을 써 사진과 함께 올렸는데, ‘미쳤네‘, ’소름끼치네‘, ’이거 뭐냐?‘ 하는 댓글들이 달리며 개념글에 올라간 적도 있었다. 미친 사람의 집이라는 설명과 함께 그의 방 안 사진은 몇 번 인스타그램 돋보기 창을 돌았다. 한편 그 부적들은 전부 재물 운을 부른다는 것들이었다. 더 넓은 집으로 가고자 하는 염원이 곳곳에 깃들어있는 것처럼.

이상한 일이다. 그는 행운을 파는데 그에게는 행운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
           이상한 일이다. 그는 행운을 믿지 않으면서 본인이 판매하는 상품은 믿는다는 것이.
                       이상한 일이다. 가짜라는 이름을 뗐다고 그것이 전부 진짜가 아니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것이.
                                   이상한 일이다. 꿈을 이루겠다 서울에 올라왔으면서 결국 방 밖을 나서지 않는 채 일을 한다는 것이.
전부 이상한 일이다. 
전부 이상해서 이상하다는 말 조차 굳이 내뱉을 필요가 없다고 느껴질 만큼. 지구는 둥글다는 사실을, 사람은 공기로 숨을 쉰다는 사실을, 중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하늘은 파랗고 태양은 뜨겁다는 사실을 굳이 발화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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