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는 억지로 태어난 아이라고 했다.

They Said You and I Were Children Born Unwillingly.

Photography Series, 2025


너와 나는 억지로 태어난 아이라고 했다. 태어나지 않을 수도 있었는데 꾸역꾸역 명줄을 쥐어버린 아이들, 혹은 쥐게 된 아이들. 삶이 예정되었던 사람들에게는 각자의 역할이 있는데, 너와 나에게는 아무런 역할이 없다. 마땅한 생명을 가진 사람들 사이서 빌붙거나 숨어들거나 하는 비-생명적인 선택지만 둘 있었다.

너와 나는 그래서 매번 세상을 비껴 살았다.
           비를 맞지 않는 방법은 뭐야?
           비 사이로 재빠르게 움직이는 거야. 아니면 비가 떨어지는 속도보다 더 빨리 뛰어가든가.
그런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속도로, 방식으로. 
너와 나는 삶을, 몸을 비껴내고.

너와 내가 죄를 짓는 걸까? / 내 생각에 그건 아닐 걸. /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 너와 나는 아무 것도 선택한 것이 없잖아. / 그렇긴 하지. / 선택이 없었는데 어떻게 죄를 짓는 게 되겠어. / 아무 선택도 하지 않는 게 죄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 (…)
따위의 대화를 나누고.

어디 저 멀리에 집을 하나 짓자. / 어떻게? / 모르지. 건축가한테 의뢰하면 되지. / 너와 나만 사는 거야? / 그렇지. 그리고 너와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찾자. 그 다음에 그 사람들에게도 집을 지어 주자. 주변에 다들 모여서 마을을 이루는 거야. 나라가 될지도 모르고. / 어디에 짓는 건데? / 몰라. 화성? / 화성에 집을 어떻게 짓냐? / 곧 일론 머스크가 해낼 거야. / 너 테슬라 주식으로 돈 다 잃지 않았냐? / (…)
따위로 희망과 절망을 하고.

너와 나는 아이를 기르기 시작했다. 이 아이는 자연의 섭리로 태어났다. 정말로 한 아이를 기르기 위해서는 온 마을을 필요로 했다. 그 때 너와 나는 경기도 화성시에 집을 몇 채 지어 마을을 조성한 후였기에 양육에 큰 문제가 없었다. 아이는 본인 삶을 꾸려나갈 수 있을 정도로 자랐다. 그 때 쯤 너와 내가 죽었다.

너와 나는 태어나고, 어떤 것을 선택하거나 선택하지 않기를 선택하고, 공동체를 이루며 살다가 죽었는데. 너와 내가 탄생시킨 아이의 삶과 다를 게 있었나? 아닌 것 같은데. 그렇다면 세상을 비껴 살아낸 것 또한 틀린 말 같은데. 나는 살았고, 살았고, 죽었다. 너도 살았고, 살았고,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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